오늘 할 일 목록을 세 번 다시 썼다. 할 일은 하나도 안 했다.
앱이 문제가 아닌 건 안다
아침에 일어나서 Notion 켠다. 어제 만든 할 일 목록이 있다. 근데 뭔가 아니다. 카테고리를 다시 나눠야 할 것 같다. 우선순위도 바꿔야 할 것 같다. 태그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든다. 템플릿을 새로 만들자. 한 시간 지났다.
Notion 전에는 Apple Reminders 썼다. 그 전에는 Todoist. 그 전에는 Trello. 매번 새 앱 깔고 설정하고 템플릿 만들고 3일 쓰고 버렸다.
앱이 문제가 아닌 건 안다.
계획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새 프로젝트 시작할 때. 코드 한 줄 안 짜고 폴더 구조만 3시간 잡는다. 네이밍 컨벤션 정하고, README 쓰고, .gitignore 완벽하게 세팅하고. 빈 폴더 구조가 아름답다. 파일은 없다.
계획 세우는 단계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오 이거 하면 잘 되겠다” 하는 기대감. 그 기대감이 정점이다. 실행? 지루하다. ADHD가 아빠가 되면에도 썼지만, 뇌가 이렇게 생겨먹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진짜 해야 하는 일. 근데 그거 하기 전에 계획을 좀 세워야 할 것 같다.
– 블로그 글 쓰기 – 주제 정하기 – 주제 후보 리스트 만들기 – 카테고리별로 분류 – 카테고리 기준 정하기 – 다른 블로그 카테고리 구조 리서치 – 리서치 결과 Notion에 정리 – Notion 페이지 템플릿 먼저 만들기 – 아 Notion 말고 종이에 쓰면 다를까 – 종이 살까 – 어떤 종이가 좋지 – 무지? 줄? 도트? – 도트 노트 추천 검색 – 아 또 이러고 있다
Netflix 켜고 뭐 볼까 30분 고르다가 끈다. 고르는 데 에너지를 다 썼다. 고른 다음에 볼 에너지가 없다.
카페에 가면 된다. 사람들이 뭔가 하고 있으면 나도 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핸드폰 보다가 하루 간다. 25분 타이머 켜고 일단 시작하면 되긴 된다. 가끔.
25분 타이머 앱을 고르는 데 40분 쓴 적 있다.
마감 있는 건 한다. 회사 일, 세금 신고. 안 하면 큰일 나니까. 내가 정한 마감은 안 지킨다. 아무도 안 재촉하니까. 뇌가 그렇게 작동한다. 외부 압력 없으면 시작을 못 한다.
이 글도 할 일 대신 쓴 거다
월요일에 이 글 쓰려고 했다. 월요일에 아웃라인 만들었다. 화요일에 구조를 바꿨다. 수요일에 까먹었다. 목요일에 아웃라인을 다시 만들었다. 금요일 저녁에 아웃라인 버리고 걍 쓰는 중이다.
이 글도 할 일 대신 쓴 거다. 목록에 ‘블로그 쓰기’ 있었는데 내일로 미뤘다. 아니 이게 블로그 글이잖아. 했잖아. 근데 목록에 체크는 안 했다. 내일 할 거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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