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ife

  • 일단 올린다

    일단 올린다

    완벽한 글을 쓰려다가 아무것도 못 쓴다는 걸 열다섯 번째 깨달았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쓰고 읽고 지우고 다시 쓰고 읽고 또 지운다. “한 번만 더 읽어보고” 올려야지 한다. 읽는다. 고친다. 또 읽는다. 또 고친다. 나아진 게 아니라 달라진 거다. 30분 전 버전이 나은 건지 지금 버전이 나은 건지 모른다. 저장을 안 했다.

    이걸 몇 년 했다. 블로그 시작하고 싶다고 말만 했다. 초안만 쌓였다. 발행한 건 없었다. 계획만 세우다 하루가 끝나는 게 글쓰기에서도 똑같다.

    데이터베이스만 완벽한 사람

    Notion에 “블로그 글감”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항목이 47개다. 상태가 “아이디어” 단계인 게 41개. “초안 작성 중”이 4개. “완료”가 2개. 완료된 2개도 읽어보니까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안 올렸다. 데이터베이스만 완벽하다.

    MIN’s Blog. 이름 창의적이지 않다. 이름 짓는 데 3시간 쓰고 결국 이걸로 했다. 별로다. 근데 3시간 더 쓰면 달라질까. 안 달라진다.

    전문가 블로그가 아닙니다

    나는 테크 전문가가 아니다. 오디오파일이라고 하기엔 지식이 얕다. 개발은 하는데 뭐든 반쯤 아는 사람이다. 그냥 기록이다 이건. 전문가 블로그 읽고 싶으면 다른 데 가면 된다.

    AdSense 받으려면 25-30개 글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15개. 반은 넘었다. 서버 비용이 연 $22 나온다. NAS Docker에서 WordPress 돌리는 거라 크지 않은데 그거라도 벌면 좋겠다. 안 되면. 뭐. 돈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다. 아닌 것 같다. 아닐 수도 있고. 처음 블로그 만들었을 때의 그 감각은 기억난다.

    일관성 같은 건 없다

    오늘 테크 이야기 쓰고 내일 이어폰 이야기 쓰고 모레 서하 이야기 쓴다. 일관성 없다. 관심사가 여러 개고 하나만 하면 지루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도 이 모양이다.

    5년 후에 이 글 보면 부끄러울 수도 있다. 그때도 블로그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뒀을 수도 있다. 그것도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데.

    올린다

    이 글도 완벽하지 않다. 구조가 산만하다. 어떤 문단이 다른 문단이랑 안 맞는 것 같다. 고치고 싶다. “한 번만 더 읽어보고.” 안 한다. 이번엔 안 한다.

    됐다. 올린다.

  • 신디사이저 사고 싶은데 참는 중

    신디사이저 사고 싶은데 참는 중

    Digitakt II 영상을 또 봤다. 이번 주 세 번째.

    빠져드는 중

    LoopOp 채널에서 8트랙 전부 쌓아가는 영상이 있다. 킥 하나 찍는 것부터 시작한다. 필터 돌리고 LFO 걸고 리버브 태우면 드럼 패턴 하나가 숨을 쉬기 시작한다. 거기에 베이스라인 얹고 하이햇 찍고 샘플 잘라서 레이어링하면 빈 화면에서 곡이 올라온다. 15분짜리 영상인데 두 번 봤다.

    Elektron Digitakt II. 8트랙 샘플러 겸 드럼 머신. 스텝 시퀀서. 파라미터 락. 컨디션 트리거. 100만원 중반. Elektron 특유의 워크플로우가 있다. 한번 빠지면 다른 걸로 안 넘어간다고 한다. Red Means Recording도 라이브에서 메인으로 쓴다.

    후보 리스트가 늘어난다

    OP-XY. Teenage Engineering. 저 사람들은 제품을 만드는 건지 오브제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 슬림한 알루미늄 바디에 시퀀서, 신스, 이펙터가 다 들어있다. 카페에 들고 가서 비트 찍는 상상을 한다. 서하 유모차 밀면서 한 손으로 시퀀스 걸어놓는 상상도 했다. 비현실적인 건 안다.

    Octatrack MKII. 이건 다른 급이다. 라이브 샘플링. 실시간으로 외부 소스 잡아서 자르고 이펙트 걸고 루프 만드는 기계. 200만원 넘는다. Bonobo가 라이브에서 쓰는 거 봤다. 그때부터 머리에서 안 지워진다.

    아 그리고 OP-1 Field도 있는데 이건 250만원이라 생각을 안 하기로 했고, Model:Cycles는 가격은 착한데 FM 신스라 내가 원하는 거랑 좀 다르고, SP-404 MKII는 힙합 샘플러라서 방향이 다르고, Syntakt는 Digitakt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둘 다 살 수는 없고, MPC Live는 터치스크린이 있어서 편한데 Elektron 워크플로우가 더 끌린다.

    이 패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맞다, 이어폰 살 때도 이랬다. 후보 리스트 만들고 비교표 만들고 리뷰 다 찾아보고. 결국 산다.

    현실 점검

    중고나라에 Digitakt II가 올라왔다. 110만원. 박스 풀셋. 사진 다섯 장 다 저장했다. 확대해서 스크래치 있나 확인했다.

    결제는 안 했다.

    GarageBand를 한 번 열었다. 한 달 전. 서하 재우고 11시쯤. 드럼 트랙 하나 깔고 신스 소리 골라서 4마디 찍었다. 30분 정도 했다. 서하가 울었다. 밤 수유 시간이었다. 분유 타러 갔다. GarageBand는 아직 그 상태로 열려 있을 거다. 아닐 수도 있다. 맥북 업데이트하면서 꺼졌을 수도.

    사봤자 먼지 쌓일 거잖아

    지오한테 뭐라고 말해야 되지. Digitakt II 사고 싶다고. 서하 기저귀값 10개월치라고. 집에 놓을 데도 마땅치 않다고. 거실 책상은 분유통이랑 이유식 도구로 가득하고 방에는 서하 침대랑 내 침대가 끝이고.

    일단 안 말한다.

    악기를 칠 줄 모른다. 음악 이론도 모른다. 유튜브 보면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없다. 퇴근하면 서하 돌보고 재우면 밤 11시고 밤 11시에 신디사이저 켤 수는 없다. 헤드폰 꽂으면 소리 문제는 해결되지만 에너지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서하 재우면 나도 녹초다.

    사봤자 먼지 쌓일 확률이 높다. ADHD가 그렇다. 카메라 샀다가 석 달 만에 서랍에 넣었다. 태블릿도 그랬다. 100만원 넘는 장비가 인테리어가 되는 건 좀. 또 뭔가 사고 미니멀 꿈꾸고. 이 루프를 몇 번째 돌고 있는 건지.

    그래서 오늘도

    밤 11시. 침대. 폰으로 LoopOp가 Digitakt로 테크노 만드는 영상을 본다. 중고나라 앱을 연다. 닫는다. 연다.

    서하가 크면. 그때쯤이면. 아마 그때도 이러고 있겠지.

  •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는 맥시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는 맥시멀리스트

    유튜브에서 본 일본 사람 방에 물건이 세 개다. 침대, 책상, 노트북.

    내 책상 위

    내 책상 위 물건 세 봤다. 포기했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서랍을 열면 양말이 색깔별로 접혀있다. 하나 꺼내도 나머지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는 서랍을 열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 작년 크리스마스 카드, 뭔지 모르는 나사 3개, 쓰다 만 포스트잇, 어디 거인지 모르는 충전 케이블. 서랍에 넣으면 잊어버린다. 눈에 안 보이면 없는 거다. 그래서 전부 책상 위에 놔둔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케이블이 안 보인다. 책상 뒤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벨크로 스트랩으로 묶어서 하나도 안 보인다.

    나는. CalDigit TS4 독에서 나오는 케이블, Luna DAC 전원 케이블, Luna DAC에서 앰프로 가는 케이블, 모니터 케이블, 노트북 충전기, IEM 스탠드에 걸린 U12t 케이블, N5005 케이블, USB-C 케이블 하나 근데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USB-A to C 어댑터, 미니 USB 케이블 이것도 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바닥에 하나 더 있는데 진짜 뭔지 모르겠다. 벨크로 스트랩은 있다. 샀다. 3개 중에 1개 쓰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어서 잊어버렸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정리를 한 번 하면 유지한다. 매일 5분씩 정리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정리를 하면 1주일 간다. 의욕이 차오르는 날이 있다. 1시간 동안 책상 싹 치운다. 케이블 묶고 먼지 닦고 안 쓰는 거 버리고. 깔끔하다. 사진 찍는다. 다음 날 케이블 2개 추가된다. 서류 몇 장. 커피잔. 1주일이면 원래대로다. IKEA 정리함도 샀다. 1주일 잘 썼다. 지금은 안에 오래된 영수증이랑 뭔지 모르는 나사가 들어있다.

    r/battlestations 매일 본다. 모니터 하나. 키보드 하나. 마우스 하나. 나머지는 전부 보이지 않는 곳에. 조명 은은하고. 식물 하나. 이런 사진 저장해놓고 “나도 이렇게” 한다. 안 된다. Pinterest도 본다. clean desk setup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다 저장한다. 저장만 한다.

    디지털은 된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디지털도 미니멀하고 물리도 미니멀하다.

    나는 디지털은 된다. 모든 기기가 Catppuccin Mocha 테마. MBA, MBP, Dell 전부 같은 색. Ghostty 터미널 투명도 88%. 배경 화면 살짝 비친다. 파일 구조도 나름 정돈돼 있다. 왜 디지털은 되고 물리는 안 되냐면 파일은 안 보이니까. 100개가 있어도 화면은 깨끗하다. 물건 100개는 보인다. 전부 다 보인다. (Dell에 Catppuccin 입히느라 일주일 날린 이야기가 이거다.)

    버리면 다음 주에 필요해진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필요 없는 건 버린다”고 한다.

    나는 버리면 다음 주에 필요해진다. 경험적으로. USB 케이블 버렸다가 한 달 후에 같은 거 샀다. 그래서 안 버린다. 그래서 쌓인다. 그래서 이 모양이다. (신디사이저까지 사고 싶은 걸 참는 중이다.)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책상. 왼쪽에 식은 커피. 오른쪽에 서하 기저귀 크림이 왜인지 놓여있다. 뒤에 케이블 더미. 이 상태로 r/battlestations 새 글을 보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안 되겠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브는 계속 볼 것 같다.

  • 계획만 세우다 하루가 끝난다

    계획만 세우다 하루가 끝난다

    오늘 할 일 목록을 세 번 다시 썼다. 할 일은 하나도 안 했다.

    앱이 문제가 아닌 건 안다

    아침에 일어나서 Notion 켠다. 어제 만든 할 일 목록이 있다. 근데 뭔가 아니다. 카테고리를 다시 나눠야 할 것 같다. 우선순위도 바꿔야 할 것 같다. 태그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든다. 템플릿을 새로 만들자. 한 시간 지났다.

    Notion 전에는 Apple Reminders 썼다. 그 전에는 Todoist. 그 전에는 Trello. 매번 새 앱 깔고 설정하고 템플릿 만들고 3일 쓰고 버렸다.

    앱이 문제가 아닌 건 안다.

    계획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새 프로젝트 시작할 때. 코드 한 줄 안 짜고 폴더 구조만 3시간 잡는다. 네이밍 컨벤션 정하고, README 쓰고, .gitignore 완벽하게 세팅하고. 빈 폴더 구조가 아름답다. 파일은 없다.

    계획 세우는 단계에서 도파민이 나온다. “오 이거 하면 잘 되겠다” 하는 기대감. 그 기대감이 정점이다. 실행? 지루하다. ADHD가 아빠가 되면에도 썼지만, 뇌가 이렇게 생겨먹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진짜 해야 하는 일. 근데 그거 하기 전에 계획을 좀 세워야 할 것 같다.

    – 블로그 글 쓰기 – 주제 정하기 – 주제 후보 리스트 만들기 – 카테고리별로 분류 – 카테고리 기준 정하기 – 다른 블로그 카테고리 구조 리서치 – 리서치 결과 Notion에 정리 – Notion 페이지 템플릿 먼저 만들기 – 아 Notion 말고 종이에 쓰면 다를까 – 종이 살까 – 어떤 종이가 좋지 – 무지? 줄? 도트? – 도트 노트 추천 검색 – 아 또 이러고 있다

    Netflix 켜고 뭐 볼까 30분 고르다가 끈다. 고르는 데 에너지를 다 썼다. 고른 다음에 볼 에너지가 없다.

    카페에 가면 된다. 사람들이 뭔가 하고 있으면 나도 한다. 집에 혼자 있으면 핸드폰 보다가 하루 간다. 25분 타이머 켜고 일단 시작하면 되긴 된다. 가끔.

    25분 타이머 앱을 고르는 데 40분 쓴 적 있다.

    마감 있는 건 한다. 회사 일, 세금 신고. 안 하면 큰일 나니까. 내가 정한 마감은 안 지킨다. 아무도 안 재촉하니까. 뇌가 그렇게 작동한다. 외부 압력 없으면 시작을 못 한다.

    이 글도 할 일 대신 쓴 거다

    월요일에 이 글 쓰려고 했다. 월요일에 아웃라인 만들었다. 화요일에 구조를 바꿨다. 수요일에 까먹었다. 목요일에 아웃라인을 다시 만들었다. 금요일 저녁에 아웃라인 버리고 걍 쓰는 중이다.

    이 글도 할 일 대신 쓴 거다. 목록에 ‘블로그 쓰기’ 있었는데 내일로 미뤘다. 아니 이게 블로그 글이잖아. 했잖아. 근데 목록에 체크는 안 했다. 내일 할 거다. 아마.

  • ADHD가 아빠가 되면

    ADHD가 아빠가 되면

    진단

    ADHD 진단 받은 건 서하 태어나고 나서다.

    그전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건 알았다. 물건 잃어버리는 빈도, 대화 중에 딴생각, 마감 전날 폭발적 집중. 근데 나름 살았다. 회사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문제가 보이긴 했는데 “원래 이런 사람이지” 하면서 넘겼다.

    서하가 나오고 나서 못 넘기겠더라.

    기저귀 가방을 30분 찾았다. 분명 소파 옆에 뒀다. 현관에 있었다. 언제 옮겼는지 기억이 없다. 젖병은 냉장고 위에서 나왔다. 냉장고 안이 아니고 위. 올려놓은 기억이 없다. 손이 그냥 거기 올려놓은 거다. 뇌가 관여 안 했다.

    병원 갔다. 의사가 말했다. “성인 ADHD입니다. 어릴 때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담담하게. 처방전 받았다. 약은 아직 안 먹는다. 예약을 잡아야 하는데 예약 잡는 걸 까먹는다. ADHD 약을 받으러 가는 걸 ADHD 때문에 못 가는 거다.

    시스템으로 버틴다

    지오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젖병은 싱크대 왼쪽, 기저귀는 소파 옆, 이유식 도구는 서랍 셋째 칸. 나를 믿을 수 없으니까 환경을 설계하는 거다.

    합리적이다.

    ADHD 뇌는 루틴을 싫어한다. 같은 일을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건 고통이다. 근데 아기는 루틴이 없으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운다. 수유 시간, 낮잠 시간, 목욕 시간. 폰에 알람이 15개다. 8시 수유. 9시 반 놀이. 10시 낮잠. 12시 이유식. 2시 낮잠. 알람 울리면 “아 맞다” 하고 움직인다. 10개월째 매일 “아 맞다”를 15번 한다.

    동시에 세 가지가 무너진다

    서하한테 이유식 먹이고 있었다. 당근 퓌레.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주는데 서하가 뱉었다. 옷에 묻었다. 닦으면서 폰 봤다. 슬랙 알림. 읽으면서 다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데 서하가 또 뱉었다. 이번엔 바닥. 닦으려고 일어나면서 가스레인지 위에 뭔가 올려놨던 거 생각났다 아 물 끓이고 있었다 달려갔더니 냄비가 다 졸았다 서하는 의자에서 울고 있고 폰은 바닥에 떨어져 있고 슬랙은 안 읽은 메시지 3개 당근 퓌레는 내 바지에 묻어있고

    숨을 쉬었다.

    이런 일이 매일 한 번은 있다.

    리코가 질투한다. 서하 오기 전엔 이 집의 유일한 아기였는데. 서하 장난감 물고 가고, 서하 옆에서 코를 들이밀고, 서하가 울면 같이 짖는다. 미안하다 리코야. 산책이 줄었다. 놀아주는 시간이 줄었다.

    아줌마 없었으면 무너졌을 거다. 상주 베이비시터 아줌마가 모든 걸 기억한다. 서하가 언제 먹었는지, 언제 잤는지, 기저귀 언제 갈았는지. 나는 20분 전 일도 기억 못 하는데 이분은 어제 서하가 몇 시에 뭘 먹었는지 분 단위로 안다.

    부모급여가 매달 100만 원 나온다. 0세. 아동수당 10만 원. 이게 없었으면 빡빡했을 거다. 기저귀값 분유값 이유식 재료비. 보조금24 앱에서 확인 가능하다. 돈 얘기를 왜 여기서 하냐면 ADHD 때문에 이 신청도 세 번 까먹고 네 번째에 했다.

    수면 부족이 전부를 악화시킨다.

    서하가 밤에 깬다. 한 번일 때도 있고 세 번일 때도 있다. 잠을 못 자면 다음 날 ADHD 증상이 확 심해진다. 물건 더 잃어버리고, 대화 더 못 따라가고, 짜증이 한계치를 빨리 넘는다. 커피 세 잔으로 버틴다. 버티는 건지 그냥 관성인지. 한번 끊어보려고 했다. 7일 갔다.

    서하한테 집중하고 싶다

    레고 쌓아주면서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 그림책 읽어주면서 슬랙 확인하고 싶은 충동. 바닥에 앉아서 같이 놀면서 5분 만에 폰을 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다짐한다. 3분 후에 폰 보고 있다. 이게 주의력 결핍이라는 거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근데 의지의 문제 아니라는 말이 면죄부는 아니다. 서하한테 미안하다. 매일 미안하다.

    새벽 6시. 서하가 깼다. 나한테 기어온다. 방긋 웃는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오늘 서하가 웃었다. 그거면 됐다.

    피곤하다. 계획 세우다 하루 끝나는 이야기는 여기에 따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