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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된 맥북

    2016년에 산 맥북프로가 아직 켜져 있다.

    정확히는 10년 됐다. 2016 Late 모델. i7-6920HQ에 16GB RAM에 2TB SSD. 버터플라이 키보드 세대라 E 키가 씹히고 배터리는 부풀어서 트랙패드 클릭이 좀 이상하다. Touch Bar가 있던 시절 모델인데 Touch Bar는 한 번도 유용했던 적이 없다. 처음에 신기하긴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사할 때 가져왔다. 짐 줄인다고 책이랑 옷은 버렸는데 이건 넣었다. 무거웠다. 2kg 가까이. 배낭 바닥에 넣으면 등이 아팠는데 그래도 두고 오진 못했다. 처음 산 맥북프로였다. 코드 짜고 사진 편집하고 영상 만들고 글 쓰고. 다 이걸로 했다.

    지금은 책상 구석에 놓여 있다. 덮개 닫힌 채로. 화면 볼 일이 없다.

    아직 살아있다

    Belkin USB-C LAN 어댑터 하나 꽂혀 있고 전원 케이블 하나 꽂혀 있다. 끝이다. disablesleep 1 설정해서 닫아도 안 자게 해놨다. AlDente로 배터리 80% 제한. 24시간 돌아간다. SSH로만 접속한다.

    서버다.

    뭘 돌리냐면. Photos.app에 사진이 608GB 있다. Eagle에 544GB. 합치면 1.2TB. 2TB 디스크의 64%가 사진이다. 서하 사진이 대부분인데 리코 사진도 꽤 되고 밥 사진도 있다. 120초마다 mtime 기반 증분 스캔을 돌려서 Photos와 Eagle을 동기화한다. 새 사진 찍으면 iCloud 타고 Photos에 들어오고 그걸 스캔해서 Eagle로 넣는다.

    삭제 안전장치를 4단계로 만들었다. 아기 사진이 날아가면 복구가 안 되니까. 1단계에서 삭제 대상 목록 만들고, 2단계에서 크로스체크하고, 3단계에서 임시 폴더로 옮기고, 4단계에서 일주일 지나면 삭제. 여기에 매일 새벽 3시에 Gemini 2.0 Flash로 비전 태깅이 돌아간다. 사진 내용을 AI가 보고 태그를 달아준다. “서하 웃는 사진”, “리코 산책”, 이런 식으로.

    (이 태깅 시스템 만들면서 비용 계산을 스프레드시트로 했는데 API 호출당 단가 계산하다가 월별 예상 비용 그래프까지 만들었다. 2시간이 거기서 날아갔다. Gemini Flash는 무료 티어가 넉넉해서 결론은 “거의 0원”이었고 스프레드시트는 필요 없었다.)

    n8n도 돌리고 Syncthing도 돌리고 webhook 서버도 pm2로 관리하고. Node.js v22 위에서 전부 돌아간다.

    서버로 쓴다

    SSH 접속해서 uptime 치면 가끔 30일 넘게 올라와 있다. 로드 에버리지가 평소에는 1 언저리인데 새벽에 비전 태깅 돌리면 3을 넘긴다. 그때 CPU 온도가 85도까지 올라간다. thermald가 쓰로틀링 걸어주니까 더 안 올라가는데 팬이 윙윙거린다. 침실까지 들린다. 새벽 3시에.

    키보드 씹히는 건 상관없다. 키보드 안 치니까. 배터리 부풀어 오른 건 트랙패드만 영향 있는데 트랙패드도 안 쓴다. 화면 상태? 모른다. 마지막으로 열어본 게 언제인지. 이 맥북의 물리적 결함이 전부 무의미해졌다. 서버는 SSH만 되면 된다.

    MBA M2가 메인 머신이다.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고 Ghostty 터미널에 Raycast에. 일상적인 건 다 여기서 한다. 2016 맥북프로는 그냥 묵묵히 사진을 옮기고 태그를 달고 동기화를 돌린다. 역할이 갈리니까 둘 다 필요하다.

    이걸 새 Mac mini로 바꾸면 전력 효율이 좋아지겠지. M 시리즈 칩이면 팬 소리도 안 나고 전기세도 줄고. 근데 이게 아직 돌아간다. 2TB SSD 건강도 99%다. RAM 16GB로 지금 돌리는 서비스 다 감당된다. 고장 안 났는데 바꿀 이유가 없다.

    647GB 여유 공간이 남아 있다. 음악 파일은 36GB짜리 FLAC 컬렉션을 NAS로 옮겨서 확보했다. 사진이 계속 늘어나겠지만 당분간은 괜찮다.

    가끔 새벽에 팬 소리 들리면 아 저거 지금 사진 정리하고 있구나 싶다. 10년 된 기계가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 감정적인 건 아닌데. 근데 뭔가.

    이 맥북 위에서 블로그도 돌린다. Dell에는 리눅스를 깔았다가 일주일을 날렸다.

    언젠간 꺼지겠지. 오늘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