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정리

  •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는 맥시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을 동경하는 맥시멀리스트

    유튜브에서 본 일본 사람 방에 물건이 세 개다. 침대, 책상, 노트북.

    내 책상 위

    내 책상 위 물건 세 봤다. 포기했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서랍을 열면 양말이 색깔별로 접혀있다. 하나 꺼내도 나머지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나는 서랍을 열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 작년 크리스마스 카드, 뭔지 모르는 나사 3개, 쓰다 만 포스트잇, 어디 거인지 모르는 충전 케이블. 서랍에 넣으면 잊어버린다. 눈에 안 보이면 없는 거다. 그래서 전부 책상 위에 놔둔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케이블이 안 보인다. 책상 뒤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벨크로 스트랩으로 묶어서 하나도 안 보인다.

    나는. CalDigit TS4 독에서 나오는 케이블, Luna DAC 전원 케이블, Luna DAC에서 앰프로 가는 케이블, 모니터 케이블, 노트북 충전기, IEM 스탠드에 걸린 U12t 케이블, N5005 케이블, USB-C 케이블 하나 근데 뭐에 쓰는 건지 모르겠다, USB-A to C 어댑터, 미니 USB 케이블 이것도 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바닥에 하나 더 있는데 진짜 뭔지 모르겠다. 벨크로 스트랩은 있다. 샀다. 3개 중에 1개 쓰고 나머지는 서랍에 넣어서 잊어버렸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정리를 한 번 하면 유지한다. 매일 5분씩 정리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정리를 하면 1주일 간다. 의욕이 차오르는 날이 있다. 1시간 동안 책상 싹 치운다. 케이블 묶고 먼지 닦고 안 쓰는 거 버리고. 깔끔하다. 사진 찍는다. 다음 날 케이블 2개 추가된다. 서류 몇 장. 커피잔. 1주일이면 원래대로다. IKEA 정리함도 샀다. 1주일 잘 썼다. 지금은 안에 오래된 영수증이랑 뭔지 모르는 나사가 들어있다.

    r/battlestations 매일 본다. 모니터 하나. 키보드 하나. 마우스 하나. 나머지는 전부 보이지 않는 곳에. 조명 은은하고. 식물 하나. 이런 사진 저장해놓고 “나도 이렇게” 한다. 안 된다. Pinterest도 본다. clean desk setup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다 저장한다. 저장만 한다.

    디지털은 된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디지털도 미니멀하고 물리도 미니멀하다.

    나는 디지털은 된다. 모든 기기가 Catppuccin Mocha 테마. MBA, MBP, Dell 전부 같은 색. Ghostty 터미널 투명도 88%. 배경 화면 살짝 비친다. 파일 구조도 나름 정돈돼 있다. 왜 디지털은 되고 물리는 안 되냐면 파일은 안 보이니까. 100개가 있어도 화면은 깨끗하다. 물건 100개는 보인다. 전부 다 보인다. (Dell에 Catppuccin 입히느라 일주일 날린 이야기가 이거다.)

    버리면 다음 주에 필요해진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은 “필요 없는 건 버린다”고 한다.

    나는 버리면 다음 주에 필요해진다. 경험적으로. USB 케이블 버렸다가 한 달 후에 같은 거 샀다. 그래서 안 버린다. 그래서 쌓인다. 그래서 이 모양이다. (신디사이저까지 사고 싶은 걸 참는 중이다.)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책상. 왼쪽에 식은 커피. 오른쪽에 서하 기저귀 크림이 왜인지 놓여있다. 뒤에 케이블 더미. 이 상태로 r/battlestations 새 글을 보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안 되겠다. 미니멀리스트 유튜브는 계속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