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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C가 뭔데

    DAC가 뭔데

    DAC 샀다고 하면 다들 그게 뭐냐고 한다.

    DAC가 뭔데

    Digital to Analog Converter.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기기다. 음악 파일은 0이랑 1이다. 그걸 이어폰 드라이버가 떨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바꿔야 소리가 난다. 그 변환을 하는 게 DAC.

    폰에도 들어있다. 스피커로 소리 나잖아. 근데 폰 만드는 회사들이 오디오 칩에 큰돈을 안 쓴다. 카메라 모듈, AP, 디스플레이. 거기 예산이 다 간다. DAC는 소리 나면 됐지 수준. LG가 Quad DAC라고 해서 폰에 제대로 된 오디오 칩 넣었었는데. LG가 폰을 접었다. 그 이후로 폰 내장 DAC에 신경 쓰는 메이저 브랜드가 없다.

    비유를 하나 하자면. 비싼 스피커 사놓고 벽에서 MP3를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아니 이건 좀 다르다.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정수기 물이 있는데 파이프가 녹슬었다고 해야 하나. 비유가 이상해졌다. 다시.

    그냥 폰 내장 DAC는 보급형이고 외장 DAC는 전용 장비다. 이렇게 말하는 게 정확하다.

    그래서 뭐가 다른데

    친구가 이 질문을 할 때마다 대답이 궁한다. 이어폰은 건네줄 수 있는데 DAC 차이는 같은 이어폰으로 A/B 테스트를 해봐야 안다. 그걸 길거리에서 할 수는 없고.

    내 경우. Luna DAC를 처음 연결한 날, 같은 이어폰 같은 곡인데 베이스 텍스처가 달랐다. 단단하고 윤곽이 생겼다. 보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온 느낌. 배경 악기들 분리가 더 됐다.

    근데 이게 플라시보일 수 있다. 1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안 달라지면 억울하잖아. 뇌가 알아서 좋게 해석할 수 있다. 부정은 안 하겠다.

    Luna DAC. 한국 브랜드. 10만원대 중반. 크기는 라이터만 하다. USB-C로 폰에 꽂고 이어폰 연결하면 끝. 앱 설치도 드라이버도 필요 없다. 물론 DAC 효과를 제대로 느끼려면 좋은 이어폰이 있어야 한다.

    입문은 Apple USB-C to 3.5mm 동글. 만원 좀 넘는다. 이거 사실 DAC가 들어있다. 폰 내장보다 낫다는 평이 많다. 만원짜리로 차이 느끼면 축하한다. 혹은 조의를 표한다. 돈 쓸 구멍이 하나 생긴 거다.

    가격대별 차이는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폰 내장이랑 5만원짜리 차이는 좀 있다. 5만원이랑 15만원 차이도 있다. 15만원이랑 100만원 차이? 있긴 한데 가격만큼은 아니다. 500만원? 나는 그 영역은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지갑이 버틸 수 없다.

    FLAC이랑 MP3 이야기도 해야 되는데. 소스가 128kbps MP3면 DAC가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다. FLAC이나 무손실로 들어야 DAC 차이를 제대로 느낀다. 스트리밍 서비스 고음질 요금제 쓰든가, 파일을 직접 구하든가.

    살 필요 있냐

    추천하냐고? 대부분 필요 없다. 근데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나 같은 사람한테는 필수다.

  •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감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감

    지하철에서 이어폰 꽂는데 줄이 팔에 감긴다. 풀고 귀에 넣고 DAC에 연결하고 재생 누른다. 옆 사람이 케이블을 본다. 2026년에 유선 이어폰 쓰는 사람이 드물긴 하다.

    AirPods를 몇 번 잃어버렸는지

    AirPods를 몇 번 잃어버렸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섯 번인가 일곱 번인가. 케이스만 잃어버린 건 안 셌다. 지하철에 두고 내리고, 카페 테이블에 놓고 가고, 헬스장 락커에 두고 가고. Find My 열면 마지막 위치가 엉뚱한 곳이다. 배터리가 죽어서 추적이 안 된다. 세 번째부터는 3만원짜리 짝퉁으로 샀다. 정품 30만원을 한 달에 한 번씩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짝퉁도 잃어버렸다.

    ADHD에 작은 무선 기기는 조합이 안 된다. 열쇠도 찾고 지갑도 찾고 이어폰까지 찾으면 출근 전에 30분이 물건 찾는 시간이다.

    서랍 뒤지다가 오래된 유선 이어폰을 발견했다. 꽂아봤다.

    잃어버릴 수가 없다. 케이블이 폰에 연결돼 있다. 귀에서 빠져도 몸 어딘가에 매달려 있다.

    집에서는 U12t, 밖에서는 N5005

    그래서 유선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64 Audio U12t. 12 드라이버 IEM이다. Eros S II 케이블에 Luna DAC 연결해서 듣는다. 가격은 말하기 싫은데 AirPods Pro 정품의 몇 배다. (이어폰에 50만원 쓴 사람의 변명에 자세히 썼다.) 차이가 나냐고 하면 난다. 디테일이 다르고 악기 분리가 다르고 저음 텍스처가 다르다. 한번 이쪽을 들으면 돌아가기 어렵다. 근데 이걸 말로 설명하면 아무도 이해를 못 한다. 들어봐야 아는 건데 들어볼 기회가 없으니까. “더 좋아”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밖에서는 AKG N5005. DragonScale 케이블로 바꿨다. 기본 케이블보다 부드럽고 잘 안 꼬인다. U12t는 너무 비싸서 밖에 들고 다니기가 무섭다. 지하철에서 사람 부딪혀서 떨어지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

    Arch Linux에서 easyeffects로 AutoEQ 프로필을 적용해서 듣는다. U12t용 하나, N5005용 하나. 주파수 응답을 Harman 타겟에 맞추는 건데 솔직히 차이가 미묘하다. 끄고 들어도 되는데 한번 설정해놨으니까 그냥 켜둔다. 이것도 세팅하는 데 반나절 걸렸다. 세팅이 끝나면 만족감이 오고, 그 만족감이 사라지면 다른 걸 세팅하고 싶어진다. DAC도 마찬가지다. (DAC가 뭔데에서 좀 더 썼다.)

    유선의 단점은 안다. 케이블 꼬이고 주머니에서 엉키고 문 손잡이에 걸리면 귀에서 뽑힌다. 통화할 때 케이블 마이크가 입에서 멀어서 상대방이 잘 안 들린다고 한다. 운동할 때 케이블이 흔들린다. 헬스장 갈 때는 싸구려 블루투스 이어폰 쓴다.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거.

    근데 아침에 이어폰 찾을 필요가 없다. 배터리 확인 안 해도 된다. 비행기에서 열 시간 음악 틀어도 안 꺼진다.

    줄 있는 게 좋다

    줄 있는 게 좋다. 왜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많은데, 그 이야기는 따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