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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눅스 깔았다가 일주일 날림

    리눅스 깔았다가 일주일 날림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 Dell에서 글 쓰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Windows였다.

    Dell 노트북. i7-8650U, 32GB RAM, WD Black 1TB. Windows 11 깔려 있었고 잘 돌아갔다. 아무 문제 없었다. 문제는 내가 지루했다는 거다.

    Arch를 골랐다

    첫째 날. Ubuntu나 Fedora 깔면 30분이면 끝난다. 설치 마법사 따라 클릭하면 된다. 근데 Arch를 골랐다. “I use Arch, btw” 밈 때문이라고 하면 좀 그런데 진짜 절반은 그 이유다. 나머지 절반은 Arch Wiki가 궁금했다. 리눅스 문서 중에 제일 잘 돼 있다고 하길래.

    Wiki 열었다. 스크롤이 안 끝난다. 디스크 파티션 나누고 파일시스템 포맷하고 pacstrap으로 기본 패키지 깔고 chroot로 들어가서 로케일 설정하고 부트로더 설치하고. GRUB이 문제였다. 설정 잘못 건드려서 부팅이 안 됐다. 처음부터 다시. 두 번째도 안 됐다. EFI 파티션 마운트를 잘못한 거였다. 세 번째에 됐다. 6시간 걸렸다.

    검은 화면에 흰 글씨. 로그인 프롬프트. GUI 없다. 데스크톱 환경을 아직 안 깔았으니까. 커서 깜빡이는 거 보면서 잠깐 멍했다. 뭔가를 처음부터 만든 느낌.

    둘째 날. GNOME이나 KDE 쓰면 마우스로 다 되는데 Hyprland를 골랐다.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 키보드로 창을 배치한다. 멋있어 보여서. 설정 파일을 처음부터 짠다. Super+T 터미널, Super+D 앱 런처, Super+Q 닫기, Super+B 사이드바 토글, Super+Escape 잠금. waybar 설정하고 rofi 설정하고 dunst 알림 설정하고. 마우스 손이 가는데 참았다.

    새벽 2시 한글 전쟁

    셋째 날 새벽 2시. 한글이 안 된다. fcitx5-hangul 깔았다. 입력기 설정했다. 재부팅했다. 안 된다. 환경 변수 바꿨다. 안 된다. GTK_IM_MODULE을 설정해야 한다고 해서 했다. 더 안 된다. 세 시간 검색하다가 Arch Wiki 깊은 곳에서 답을 찾았다. Wayland에서는 GTK_IM_MODULE을 설정하면 오히려 충돌이 난다. 제거하는 게 핵심이었다. 설정이 아니라 삭제가 답인 경우가 있다.

    오른쪽 Alt 눌렀다. 한영 전환됐다. “ㅋㅋㅋㅋ” 쳤다. 한글 나온다. 새벽 2시에 혼자 웃었다. 지오가 거실 지나가면서 “그거 아직도 하고 있어?” 했다.

    예뻐야 한다

    넷째 날. 원래 뭐 하려고 했더라. 아 맞다 개발 환경 세팅해야 했다. 근데 데스크톱이 못생겨서 참을 수가 없었다. Catppuccin Mocha Lavender를 깔기 시작했다. 파스텔 톤 다크 테마에 라벤더 악센트. Hyprland 설정 파일 열고 색상 코드 넣고 waybar에 적용하고 rofi에 적용하고 dunst에 적용하고 swww로 배경화면 동적 전환 설정하고 hyprlock 잠금 화면까지 통일하고. 투명도도 잡았다. 활성 창 95%, 비활성 90%. GTK 테마는 adw-gtk3-dark. 아이콘은 Tela-circle-dark. (디지털은 되는데 물리는 안 되는 이유를 나중에 깨달았다.)

    r/unixporn에 올리면 업보트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 됐다. 4시간 걸렸다. 아 맞다 원래 개발 환경.

    부팅 25초를 15.8초로

    다섯째 날. 최적화에 빠졌다. intel-undervolt로 CPU -120mV 언더볼팅. 안정성 테스트하고 괜찮아서 적용. TLP로 전력 관리. GPU 최소 500MHz로 제한. thermald 85도 쓰로틀링. zram 15.6GB에 swappiness 180. 배터리 충전 75-80% 제한. TPM이랑 MEI 모듈 블랙리스트. Plymouth 삭제.

    systemd-analyze blame 쳤다. 부팅 시간 확인용. 25초. 나쁘지 않은데 줄이고 싶었다. 서비스 하나씩 비활성화하고 다시 측정하고. 15.8초. 10초 줄이는 데 3시간 쓴 건데 15.8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뜨니까 기분이 좋았다. 25초도 충분히 빨랐다. 이건 그냥 숫자 줄이기 게임이었다.

    여섯째 날. 음악 플레이어. mpd에 ncmpcpp. 터미널에서 음악 틀고 스펙트럼 비주얼라이저가 나온다. NAS 마운트해서 FLAC 라이브러리 연결하고 Luna DAC 물리고 easyeffects로 EQ 프로필 적용하고. Spotify 쓰면 클릭 한 번인데. 멋있으니까.

    생산적인 걸 한 시간은 0이다

    일주일 후. 정리하면 이렇다. Arch 설치 6시간, Hyprland 설정 8시간, 한글 삽질 15시간, 테마 커스터마이징 4시간, 최적화 6시간, 음악 세팅 3시간. 실제로 이 위에서 생산적인 걸 한 시간은 0이다. MBA M2가 메인이라 Dell을 매일 쓸 일도 별로 없다. 가끔 켜서 15.8초 부팅 보고 Catppuccin 배경화면 감상하고 ncmpcpp 비주얼라이저 틀어놓고 끈다. (메인으로 쓰는 7년 된 맥북은 따로 있다.)

    Hyprland 단축키는 다음에 쓸게.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