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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a 안경

    Meta 안경

    Meta 안경 한국에서 쓸 수 있냐고? 공식적으로는 안 된다.

    Ray-Ban Meta Gen2. 미국에서 직구했다. 한국 출시 안 됐고, Meta 앱이 위치 확인해서 한국이면 AI 기능이랑 음성 명령을 막는다. 그냥 선글라스가 된다. 비싼 선글라스.

    근데 쓸 수 있다. 좀 귀찮지만.

    한국에서 안 된다

    정확히는, 한국 IP와 한국 GPS 좌표가 잡히면 안 된다. Meta 앱이 두 가지를 체크한다. 하나는 인터넷 IP 기반 위치. 하나는 폰 GPS 및 WiFi BSSID 기반 위치. 둘 다 우회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VPN만 쓰면 된다고 했는데 반만 맞다. IP는 VPN으로 미국으로 바꿀 수 있다. 근데 GPS가 한국이면 앱이 잡아낸다. WiFi AP의 BSSID 데이터로도 위치를 추정하기 때문에 VPN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했냐면

    미국 VPS에 WireGuard 서버를 올렸다. 월 $5. 이걸로 IP를 미국으로 돌린다. 여기까지는 보통 VPN이랑 같다.

    GPS 우회가 문제다. 메인폰에서 하기 싫어서 BlueFox NX1을 썼다. 4인치짜리 서브폰. 이미 루팅해놨다. MTKClient로 부트롬 접근해서 Magisk 깔고, Shamiko로 루팅 감지 숨기고, GPS Setter로 위치를 뉴욕으로 고정했다. 그리고 XPrivacyLua로 WiFi BSSID 정보를 Meta 앱한테 안 넘기게 차단.

    WiFi 전용이다. NX1에 유심 안 넣었다. WiFi 붙여서 WireGuard 켜고, GPS Setter 켜고, 그 상태에서 Meta 앱 실행하면 앱은 “아 미국이구나” 한다. 안경이랑 블루투스 연결하면 AI 기능 전부 열린다.

    커뮤니티에 가이드 많다. 나만 한 게 아니다. WireGuard 설정 자체는 서버 세팅부터 클라이언트 conf 파일까지 한 시간이면 되는데 — 사실 이 부분만 쓰면 글 하나 분량이다. 서버 프로비저닝하고 키 교환하고 iptables 포워딩 룰 잡고 MTU 튜닝하고 DNS leak 테스트하고. 이건 따로 쓸게.

    총 투자. 안경 $300. NX1 $200. VPS 월 $5. 시간 이틀. 합치면 $500 넘었다.

    쓸 만한가

    카메라는 폰보다 못하다. 렌즈가 작으니까 당연하다. 근데 양손이 막혀있을 때 편하긴 하다. 서하 안고 있으면서 “Hey Meta, take a photo” 하면 찍힌다. 화질은 SNS 올리기엔 충분하다. 확대하면 별로.

    “Hey Meta” 음성 명령은 조용한 데서만 쓸 만하다. 밖에서는 못 알아듣는다.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쓴다. AI 답변은 간단한 건 되는데 복잡한 건 안 된다.

    음악. 안경 양쪽에 스피커가 달려있다. 나한테만 들리는 건 좋다. Luna DAC에 U12t 쓰는 사람한테 이걸 음악 기기라고 하면 모욕이다. 이어폰 끼는 게 낫다.

    배터리 하루. 많이 쓰면 반나절. 케이스에 넣으면 충전되는데 케이스도 충전해야 한다.

    하루에 실제로 쓰는 횟수? 한두 번. 어떤 날은 안 쓴다. 선반에 놓여있다.

    유난떤다는 비판이 있다. 맞다. $500 써서 하루에 한두 번 쓰는 선글라스. 또 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가성비로 따지면 최악이다. 세팅하는 과정이 재밌긴 했다. WireGuard 올리고 루팅 우회 잡고 위치 스푸핑 테스트하고. 그 과정 자체는 즐겼다. 결과물이 $500의 가치가 있냐는 건 다른 문제다.

    취미에 따라 다르다.

    P.S. VPN 서버 유지보수 귀찮다. 가끔 죽는다. SSH 접속해서 재시작해야 한다. 폰 업데이트하면 XPrivacyLua 설정 날아가서 다시 해야 한다. 이거 유지하려면 월 $5가 아니라 월 $5 + 귀찮음이다.

  •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감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감

    지하철에서 이어폰 꽂는데 줄이 팔에 감긴다. 풀고 귀에 넣고 DAC에 연결하고 재생 누른다. 옆 사람이 케이블을 본다. 2026년에 유선 이어폰 쓰는 사람이 드물긴 하다.

    AirPods를 몇 번 잃어버렸는지

    AirPods를 몇 번 잃어버렸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다섯 번인가 일곱 번인가. 케이스만 잃어버린 건 안 셌다. 지하철에 두고 내리고, 카페 테이블에 놓고 가고, 헬스장 락커에 두고 가고. Find My 열면 마지막 위치가 엉뚱한 곳이다. 배터리가 죽어서 추적이 안 된다. 세 번째부터는 3만원짜리 짝퉁으로 샀다. 정품 30만원을 한 달에 한 번씩 잃어버릴 수는 없으니까. 짝퉁도 잃어버렸다.

    ADHD에 작은 무선 기기는 조합이 안 된다. 열쇠도 찾고 지갑도 찾고 이어폰까지 찾으면 출근 전에 30분이 물건 찾는 시간이다.

    서랍 뒤지다가 오래된 유선 이어폰을 발견했다. 꽂아봤다.

    잃어버릴 수가 없다. 케이블이 폰에 연결돼 있다. 귀에서 빠져도 몸 어딘가에 매달려 있다.

    집에서는 U12t, 밖에서는 N5005

    그래서 유선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64 Audio U12t. 12 드라이버 IEM이다. Eros S II 케이블에 Luna DAC 연결해서 듣는다. 가격은 말하기 싫은데 AirPods Pro 정품의 몇 배다. (이어폰에 50만원 쓴 사람의 변명에 자세히 썼다.) 차이가 나냐고 하면 난다. 디테일이 다르고 악기 분리가 다르고 저음 텍스처가 다르다. 한번 이쪽을 들으면 돌아가기 어렵다. 근데 이걸 말로 설명하면 아무도 이해를 못 한다. 들어봐야 아는 건데 들어볼 기회가 없으니까. “더 좋아” 말고는 할 말이 없다.

    밖에서는 AKG N5005. DragonScale 케이블로 바꿨다. 기본 케이블보다 부드럽고 잘 안 꼬인다. U12t는 너무 비싸서 밖에 들고 다니기가 무섭다. 지하철에서 사람 부딪혀서 떨어지면? 생각만 해도 식은땀.

    Arch Linux에서 easyeffects로 AutoEQ 프로필을 적용해서 듣는다. U12t용 하나, N5005용 하나. 주파수 응답을 Harman 타겟에 맞추는 건데 솔직히 차이가 미묘하다. 끄고 들어도 되는데 한번 설정해놨으니까 그냥 켜둔다. 이것도 세팅하는 데 반나절 걸렸다. 세팅이 끝나면 만족감이 오고, 그 만족감이 사라지면 다른 걸 세팅하고 싶어진다. DAC도 마찬가지다. (DAC가 뭔데에서 좀 더 썼다.)

    유선의 단점은 안다. 케이블 꼬이고 주머니에서 엉키고 문 손잡이에 걸리면 귀에서 뽑힌다. 통화할 때 케이블 마이크가 입에서 멀어서 상대방이 잘 안 들린다고 한다. 운동할 때 케이블이 흔들린다. 헬스장 갈 때는 싸구려 블루투스 이어폰 쓴다.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거.

    근데 아침에 이어폰 찾을 필요가 없다. 배터리 확인 안 해도 된다. 비행기에서 열 시간 음악 틀어도 안 꺼진다.

    줄 있는 게 좋다

    줄 있는 게 좋다. 왜 아직도 유선 이어폰을 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많은데, 그 이야기는 따로 썼다.

  • 리눅스 깔았다가 일주일 날림

    리눅스 깔았다가 일주일 날림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이 Dell에서 글 쓰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Windows였다.

    Dell 노트북. i7-8650U, 32GB RAM, WD Black 1TB. Windows 11 깔려 있었고 잘 돌아갔다. 아무 문제 없었다. 문제는 내가 지루했다는 거다.

    Arch를 골랐다

    첫째 날. Ubuntu나 Fedora 깔면 30분이면 끝난다. 설치 마법사 따라 클릭하면 된다. 근데 Arch를 골랐다. “I use Arch, btw” 밈 때문이라고 하면 좀 그런데 진짜 절반은 그 이유다. 나머지 절반은 Arch Wiki가 궁금했다. 리눅스 문서 중에 제일 잘 돼 있다고 하길래.

    Wiki 열었다. 스크롤이 안 끝난다. 디스크 파티션 나누고 파일시스템 포맷하고 pacstrap으로 기본 패키지 깔고 chroot로 들어가서 로케일 설정하고 부트로더 설치하고. GRUB이 문제였다. 설정 잘못 건드려서 부팅이 안 됐다. 처음부터 다시. 두 번째도 안 됐다. EFI 파티션 마운트를 잘못한 거였다. 세 번째에 됐다. 6시간 걸렸다.

    검은 화면에 흰 글씨. 로그인 프롬프트. GUI 없다. 데스크톱 환경을 아직 안 깔았으니까. 커서 깜빡이는 거 보면서 잠깐 멍했다. 뭔가를 처음부터 만든 느낌.

    둘째 날. GNOME이나 KDE 쓰면 마우스로 다 되는데 Hyprland를 골랐다. 타일링 윈도우 매니저. 키보드로 창을 배치한다. 멋있어 보여서. 설정 파일을 처음부터 짠다. Super+T 터미널, Super+D 앱 런처, Super+Q 닫기, Super+B 사이드바 토글, Super+Escape 잠금. waybar 설정하고 rofi 설정하고 dunst 알림 설정하고. 마우스 손이 가는데 참았다.

    새벽 2시 한글 전쟁

    셋째 날 새벽 2시. 한글이 안 된다. fcitx5-hangul 깔았다. 입력기 설정했다. 재부팅했다. 안 된다. 환경 변수 바꿨다. 안 된다. GTK_IM_MODULE을 설정해야 한다고 해서 했다. 더 안 된다. 세 시간 검색하다가 Arch Wiki 깊은 곳에서 답을 찾았다. Wayland에서는 GTK_IM_MODULE을 설정하면 오히려 충돌이 난다. 제거하는 게 핵심이었다. 설정이 아니라 삭제가 답인 경우가 있다.

    오른쪽 Alt 눌렀다. 한영 전환됐다. “ㅋㅋㅋㅋ” 쳤다. 한글 나온다. 새벽 2시에 혼자 웃었다. 지오가 거실 지나가면서 “그거 아직도 하고 있어?” 했다.

    예뻐야 한다

    넷째 날. 원래 뭐 하려고 했더라. 아 맞다 개발 환경 세팅해야 했다. 근데 데스크톱이 못생겨서 참을 수가 없었다. Catppuccin Mocha Lavender를 깔기 시작했다. 파스텔 톤 다크 테마에 라벤더 악센트. Hyprland 설정 파일 열고 색상 코드 넣고 waybar에 적용하고 rofi에 적용하고 dunst에 적용하고 swww로 배경화면 동적 전환 설정하고 hyprlock 잠금 화면까지 통일하고. 투명도도 잡았다. 활성 창 95%, 비활성 90%. GTK 테마는 adw-gtk3-dark. 아이콘은 Tela-circle-dark. (디지털은 되는데 물리는 안 되는 이유를 나중에 깨달았다.)

    r/unixporn에 올리면 업보트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 됐다. 4시간 걸렸다. 아 맞다 원래 개발 환경.

    부팅 25초를 15.8초로

    다섯째 날. 최적화에 빠졌다. intel-undervolt로 CPU -120mV 언더볼팅. 안정성 테스트하고 괜찮아서 적용. TLP로 전력 관리. GPU 최소 500MHz로 제한. thermald 85도 쓰로틀링. zram 15.6GB에 swappiness 180. 배터리 충전 75-80% 제한. TPM이랑 MEI 모듈 블랙리스트. Plymouth 삭제.

    systemd-analyze blame 쳤다. 부팅 시간 확인용. 25초. 나쁘지 않은데 줄이고 싶었다. 서비스 하나씩 비활성화하고 다시 측정하고. 15.8초. 10초 줄이는 데 3시간 쓴 건데 15.8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뜨니까 기분이 좋았다. 25초도 충분히 빨랐다. 이건 그냥 숫자 줄이기 게임이었다.

    여섯째 날. 음악 플레이어. mpd에 ncmpcpp. 터미널에서 음악 틀고 스펙트럼 비주얼라이저가 나온다. NAS 마운트해서 FLAC 라이브러리 연결하고 Luna DAC 물리고 easyeffects로 EQ 프로필 적용하고. Spotify 쓰면 클릭 한 번인데. 멋있으니까.

    생산적인 걸 한 시간은 0이다

    일주일 후. 정리하면 이렇다. Arch 설치 6시간, Hyprland 설정 8시간, 한글 삽질 15시간, 테마 커스터마이징 4시간, 최적화 6시간, 음악 세팅 3시간. 실제로 이 위에서 생산적인 걸 한 시간은 0이다. MBA M2가 메인이라 Dell을 매일 쓸 일도 별로 없다. 가끔 켜서 15.8초 부팅 보고 Catppuccin 배경화면 감상하고 ncmpcpp 비주얼라이저 틀어놓고 끈다. (메인으로 쓰는 7년 된 맥북은 따로 있다.)

    Hyprland 단축키는 다음에 쓸게. 아마.

  • 또 샀다

    또 샀다

    택배가 또 왔다

    택배가 또 왔는데 뭘 시켰는지 기억이 안 난다. 진짜로. 현관 앞에 박스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내 거고 하나는 지오 거다. 서로 눈 마주치고 아무 말 안 했다. 박스 각자 들고 들어갔다.

    내 거 뜯어보니까 Omi였다. 89달러짜리 AI 웨어러블. 아 맞다 이거 시켰지. 서하랑 놀 때 대화 자동 기록하려고. 근데 그건 구매 버튼 누를 때 생각이었고 지금은 그냥 투명 플라스틱 동그라미가 손바닥 위에 있다. 앱 깔아야 되고 계정 만들어야 되고 Notion 연동해야 되고.

    일단 충전기부터 꽂았다.

    한 달에 427달러어치

    그 전주에 Plaud Note Pro가 왔다. 179달러. 회의록 자동 전사용. 회의 많냐고? 많지는 않다. 근데 있으면 편하잖아. 그 전전주에는 Soundcore Work. 159달러. 이건 음질이 좋다길래. 합치면 427달러인데 이걸 한 달 안에 다 질렀다.

    세 개 다 Notion 자동 동기화 스크립트를 짰다. launchd로 5분마다 돌린다. 각각 반나절씩 걸렸다. 스크립트 짜는 게 재밌어서 기기 자체보다 그쪽에 시간을 더 썼다. 지금 3개 중에 실제로 매일 쓰는 건 — 스크립트는 3개 다 돌아가는데 기기를 실제로 들고 다니는 건 하나도 없는 날이 더 많다.

    가젯 무덤

    Supernote Nomad. E-ink 태블릿. 펜으로 쓰는 느낌이 종이 같다고 해서 샀다. Syncthing 동기화도 되고 서재에서 독서 노트 쓰려고. 2주 지났다. 서재 책상 위에 충전 안 된 채로 놓여 있다.

    BlueFox NX1. 4인치 안드로이드폰. 서브폰으로 쓸 거였다. 무슨 서브폰이 필요한지는 나도 잘. Helio G81이라 성능은 별로인데 루팅 가능한 게 포인트였다. MTKClient로 부트롬 접근해서 Magisk 깔고 Shamiko 올리고 PlayIntegrityFix 적용하는 데 하루 꼬박. 그 과정이 재밌었다. 지금은 어딘가에 있다. 침대 밑이거나 소파 쿠션 사이거나.

    Ray-Ban Meta. AI 선글라스. 한국에서 정식 지원 안 해서 WireGuard VPS 세팅하고 미국 IP로 우회하고 XPrivacyLua로 BSSID 차단까지 해야 동작한다. 거기서 또 이틀. WiFi 범위 안에서만 되니까 집에서 쓰는 선글라스가 됐다. 집에서 선글라스를 왜 쓰냐. 모양은 예쁘다.

    도파민 곡선

    쿠팡 알고리즘이 무섭다. USB-C 허브 검색했다가 기계식 키보드 보고 Cherry MX Brown이 좋다는 글 읽다가 모니터 암 리뷰 영상 보다가 스탠딩 데스크 가격 비교하다가 — 아 어쨌든 장바구니에 세 개 담겨 있었다. 뭐가 있었는지는 다음날 돼야 기억남. 알림 오면 “아 이거 담았었지” 한다.

    택배 뜯는 순간이 정점이다. 포장재 벗기고 본체 꺼내고 전원 켜는 순간까지가 도파민 최고점. 설정 시작하면 이미 흥미가 빠진다. 이틀 지나면 충전기 위치를 까먹는다.

    이거 문제인 거 안다. 알면서 Amazon 앱 열어서 Teenage Engineering TX-6 페이지를 보고 있다. 오디오 믹서. 작고 예쁘다. 1,199달러. 필요 없다. 근데 리뷰 영상이 17분짜리인데 벌써 12분째

    관련글: Meta 안경 – 집에서 쓰는 선글라스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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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된 맥북

    7년 된 맥북

    2016년에 산 맥북프로가 아직 켜져 있다.

    정확히는 10년 됐다. 2016 Late 모델. i7-6920HQ에 16GB RAM에 2TB SSD. 버터플라이 키보드 세대라 E 키가 씹히고 배터리는 부풀어서 트랙패드 클릭이 좀 이상하다. Touch Bar가 있던 시절 모델인데 Touch Bar는 한 번도 유용했던 적이 없다. 처음에 신기하긴 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사할 때 가져왔다. 짐 줄인다고 책이랑 옷은 버렸는데 이건 넣었다. 무거웠다. 2kg 가까이. 배낭 바닥에 넣으면 등이 아팠는데 그래도 두고 오진 못했다. 처음 산 맥북프로였다. 코드 짜고 사진 편집하고 영상 만들고 글 쓰고. 다 이걸로 했다.

    지금은 책상 구석에 놓여 있다. 덮개 닫힌 채로. 화면 볼 일이 없다.

    아직 살아있다

    Belkin USB-C LAN 어댑터 하나 꽂혀 있고 전원 케이블 하나 꽂혀 있다. 끝이다. disablesleep 1 설정해서 닫아도 안 자게 해놨다. AlDente로 배터리 80% 제한. 24시간 돌아간다. SSH로만 접속한다.

    서버다.

    뭘 돌리냐면. Photos.app에 사진이 608GB 있다. Eagle에 544GB. 합치면 1.2TB. 2TB 디스크의 64%가 사진이다. 서하 사진이 대부분인데 리코 사진도 꽤 되고 밥 사진도 있다. 120초마다 mtime 기반 증분 스캔을 돌려서 Photos와 Eagle을 동기화한다. 새 사진 찍으면 iCloud 타고 Photos에 들어오고 그걸 스캔해서 Eagle로 넣는다.

    삭제 안전장치를 4단계로 만들었다. 아기 사진이 날아가면 복구가 안 되니까. 1단계에서 삭제 대상 목록 만들고, 2단계에서 크로스체크하고, 3단계에서 임시 폴더로 옮기고, 4단계에서 일주일 지나면 삭제. 여기에 매일 새벽 3시에 Gemini 2.0 Flash로 비전 태깅이 돌아간다. 사진 내용을 AI가 보고 태그를 달아준다. “서하 웃는 사진”, “리코 산책”, 이런 식으로.

    (이 태깅 시스템 만들면서 비용 계산을 스프레드시트로 했는데 API 호출당 단가 계산하다가 월별 예상 비용 그래프까지 만들었다. 2시간이 거기서 날아갔다. Gemini Flash는 무료 티어가 넉넉해서 결론은 “거의 0원”이었고 스프레드시트는 필요 없었다.)

    n8n도 돌리고 Syncthing도 돌리고 webhook 서버도 pm2로 관리하고. Node.js v22 위에서 전부 돌아간다.

    서버로 쓴다

    SSH 접속해서 uptime 치면 가끔 30일 넘게 올라와 있다. 로드 에버리지가 평소에는 1 언저리인데 새벽에 비전 태깅 돌리면 3을 넘긴다. 그때 CPU 온도가 85도까지 올라간다. thermald가 쓰로틀링 걸어주니까 더 안 올라가는데 팬이 윙윙거린다. 침실까지 들린다. 새벽 3시에.

    키보드 씹히는 건 상관없다. 키보드 안 치니까. 배터리 부풀어 오른 건 트랙패드만 영향 있는데 트랙패드도 안 쓴다. 화면 상태? 모른다. 마지막으로 열어본 게 언제인지. 이 맥북의 물리적 결함이 전부 무의미해졌다. 서버는 SSH만 되면 된다.

    MBA M2가 메인 머신이다. 가볍고 배터리 오래 가고 Ghostty 터미널에 Raycast에. 일상적인 건 다 여기서 한다. 2016 맥북프로는 그냥 묵묵히 사진을 옮기고 태그를 달고 동기화를 돌린다. 역할이 갈리니까 둘 다 필요하다.

    이걸 새 Mac mini로 바꾸면 전력 효율이 좋아지겠지. M 시리즈 칩이면 팬 소리도 안 나고 전기세도 줄고. 근데 이게 아직 돌아간다. 2TB SSD 건강도 99%다. RAM 16GB로 지금 돌리는 서비스 다 감당된다. 고장 안 났는데 바꿀 이유가 없다.

    647GB 여유 공간이 남아 있다. 음악 파일은 36GB짜리 FLAC 컬렉션을 NAS로 옮겨서 확보했다. 사진이 계속 늘어나겠지만 당분간은 괜찮다.

    가끔 새벽에 팬 소리 들리면 아 저거 지금 사진 정리하고 있구나 싶다. 10년 된 기계가 쉬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 감정적인 건 아닌데. 근데 뭔가.

    이 맥북 위에서 블로그도 돌린다. Dell에는 리눅스를 깔았다가 일주일을 날렸다.

    언젠간 꺼지겠지. 오늘은 아니다.

  •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인프라는 완벽하다 (글만 없다)

    블로그 만든 지 2주 됐는데 글이 하나도 없다.

    인프라는 있다. WordPress가 NAS Docker 위에서 돌아간다. MariaDB 컨테이너 따로, WordPress 컨테이너 따로, Cloudflare Tunnel로 HTTPS 연결. Portainer로 관리. 비용 0원. 도메인값 빼면.

    Tistory, Naver Blog, Medium, Substack. 다 있었다. 가입하고 글 쓰면 끝이다. 근데 NAS에 WordPress 올리는 걸 선택했다. 왜? Docker 설정하는 게 글 쓰는 것보다 재밌으니까. 이걸 당시에는 인식 못 했다. “내 서버에서 돌리면 자유도가 높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거짓말은 아닌데 진짜 이유는 아니다.

    글 안 쓰고 대신 한 것들

    글 안 쓰고 대신 한 것들:

    1. 플러그인 비교. Rank Math vs Yoast SEO. 3시간. Rank Math 골랐다. 옵션이 100개는 되는 것 같은데 절반은 뭔지 모르겠다. 일단 추천 설정.
    2. WP Fastest Cache 설정. 캐시 프리로딩, Gzip 압축, 브라우저 캐싱. 방문자가 0명인 사이트 캐시 최적화에 1시간.
    3. Privacy Policy 작성. GDPR, CCPA, COPPA 다 넣었다. 유럽에서 접속할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다.
    4. About 페이지 작성. 세 번 고쳤다. 자기소개 쓰는 게 글 쓰는 것보다 어렵다.
    5. Contact 페이지. WPForms Lite로 폼 만들고 WP Mail SMTP로 Gmail 연결. 연락 올 사람은 없다.
    6. OPcache 256MB 설정하고 wp-config.php에서 리비전 3개 제한 걸고 파일 편집 차단하고 시스템 cron 설정하고 .htaccess에 보안 헤더 넣고…
    7. mu-plugin 만들어서 generator 메타태그 숨기고 REST API 일부 차단하고 로그인 페이지 보안 강화하고.
    8. Google Search Console 등록. sitemap 제출. HTML 태그 인증. 인덱싱될 페이지가 없는데 인덱싱 설정부터 했다.

    빈 화면 공포증

    2주 동안 이걸 했다. 에디터를 열면 커서만 깜빡인다. 주제는 있다. 테크, 오디오, 리눅스, 육아, 가젯. 근데 빈 화면 앞에 앉으면 뇌가 거부한다. Docker 설정은 문제가 생기면 로그 읽고 검색하고 고치면 된다. 진행이 보인다. 글은 진행이 안 보인다. 어디까지 쓴 건지, 이게 맞는 건지.

    누가 읽는데 이거. 아무도 안 읽어. 근데 퍼머링크는 예뻐야 되잖아.

    일단 하나 쓰자

    AdSense 승인이 목표 중 하나였다. 글 써서 광고 수입 좀 생기면 좋겠다는. 현실적으로 25-30개 글이 필요하다. 현재 0개. 주 2-3회 쓴다고 해도 두세 달은 걸린다. 그 전에 일단 하나를 써야 하는데.

    이 글이 첫 번째가 되면 좀 웃기긴 하다. 블로그에 글이 없다는 글. 메타 중의 메타. 근데 이건 쉽다. 지금 느끼는 거 그냥 쓰면 되니까. 구조 같은 거 없이…

    퍼머링크 구조를 뭘로 할까. 글 제목만 넣을지, 앞에 blog를 붙일지, 날짜까지 넣을지. 날짜 넣으면 좀 길어진다. 나중에 같은 제목 글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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