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모르는데 장비는 여섯 개다

책상 위에 놓인 Elektron Digitakt II Digitone II Octatrack 장비들

처음엔 진짜 재밌어 보였다.

유튜브에서 Digitakt 쓰는 영상 보고 나서였는데,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루프가 뚝딱 나오는 거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음악에 음 자도 배운 적 없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여섯 개가 됐냐면

어느 날 보니까 세 개… 아니 세면 틀리다.

Digitakt II, Digitone II, Octatrack MKII에 OP-XY에 Dirtywave M8 MK2에 에이블톤 Push 3 스탠드얼론까지. 여섯 개다. 일렉트론 장비들은 하나 사고 나면 옆에 뭔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중독성이 있고, OP-XY는 소리가 너무 독특하고, M8은 포터블이라 필요하고, Push 3는 에이블톤 쓰려면 있어야 하고. 핑계는 다 있다.

Etsy 3D 프린터 거치대에 올려진 Elektron Digitakt II Digitone II Octatrack 세 대

사진에 있는 거치대는 Etsy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거 직구한 거다. 장비들 이렇게 나란히 세워두기 딱 좋은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Etsy에서 찾아보시면 된다.

Elektron Digitakt II와 Digitone II 나란히 놓인 모습

해외 유튜브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혼자 공부하고, 에이블톤 학원도 다니고, 같은 장비 쓰는 분 블로그 보고 분당까지 찾아가서 배우기도 했다.

아기 생기고 올 스톱

집 이사에 짐 정리하고 아기 물건들이 들어오면서 장비들은 어느 순간 구석으로 밀려났다. 서하한테 정신이 다 가 있다 보니까 음악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오더라. 그렇게 1년이 지나버렸다.

이제 다시 꺼내보려고

먼지는 생각보다 안 쌓였더라.

근데 막상 앞에 앉으니까 엄두가 잘 안 난다. 1년 전에 겨우 익혔던 것들이 다 날아간 것 같고 버튼들이 다시 낯설다. 거창하게 뭘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서하 낮잠 자는 사이에 패턴 하나라도 짜보는 걸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여러분은 한동안 내려놓았던 취미 어떻게 다시 시작하셨나요?